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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항원검사를 하다

비마인 2022. 2. 19. 00:46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쯤 PCR 검사 몇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나는 여태 3번 해봤다.
한 번은 남편 회사 고객이 확진돼서,
그리고 남편이 초밀접접촉자가 돼서 한 번,
애기 어린이집 보내기 위해 선제검사로 한 번.

엄청 아프다고 그래서 잔뜩 긴장했는데
비염환자라서 코 통증에 익숙한 덕분인지
그다지 아프지 않고 좀 불쾌한 느낌?
근데 또 끝나면 시원한..? 그런 느낌?




현이도 나랑 같이 딱 한 번 해봤는데(네 살)
그때는 내가 애를 어찌 잡고 있어야 하는지
전혀 감도 안 잡히고..
또 애는 보건소 가는 길에 잠들어버려서
검사 직전에 깨서 얼레벌레 받은 거라
깜짝 놀라서 튀어오르는 바람에 정말 아파했다.

정말 내가 너무너무 미안하더라.
이런 세상에 내 욕심대로 낳아놓고서는
엄마아빠 사회생활 한다고 검사까지 받게 하고.
아무튼 다행히 가족 모두 음성이었다.
(진짜 얀센 만세만세만만세.
남편은 얀센 맞은지 20일 가량 지난 상태였고
확진자랑 이틀 내내 식사를 같이 했는데도 음성)






그런데 말입니다.
지이이이이인짜 오랜만에 날벼락이 떨어졌네요.


지난 주말에 아는 언니+아기가 집에 놀러와
식사하고 차 마시고 몇 시간 함께 했는데
수요일쯤? 언니가 자가진단키트 양성이란다.
부랴부랴 퇴근하면서 현이도 하원시켰다.
거의 등원하자마자 하원한다고 나온 현이는
엄마가 왜 어린이집 안까지 안 들어오고
바깥에서 손만 흔들고 있나 의아해하면서
'엄마! 이리 들어와. 나 데리러 와야지!' 하더라.

아무튼 어떻게 운전했는지 모르게 집까지 와서
온 동네 약국이란 약국은 다 돌아봤다.
거의 뭐 쳐다보지도 않고
'없어요, 키트.' 그러던데?
어떤 약국은 방금 전에 키트 배송 받은 거 봤는데
그거 들고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없다고 함.
아 네 뭐 사정이 있겠죠.



날은 너어어어어어어무 춥고
다섯 살배기 애는 다리 아프다고 시무룩하고
진짜 내가 발이 동동 굴러져서는
신속항원검사 해주는 병원을 검색했다.
다행히 바로 옆 건물에 하나 있길래 달려갔는데
가기 전에 전화를 아무리 해도 안 받더니만
가보니까 예약 안 하면 안 해준다고
오늘은 이미 끝났다고 하더라.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궁금한데..
그렇게 계속 전화 안 받으면 어떻게 예약해요? ㅎㅎ





아무튼 그래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진짜 딱 15분 후까지 올 수 있냐고.
난 시간 안에 가면 받을 수 있냐고 묻고
전화 받는 분은 그래서 오실 수 있냐고 묻고.
동네 살아서 바로 갑니다, 하고는
현이랑 진짜 뒤도 안 돌아보고 뛰었다.
근데 진짜 한 블록 가서는..
애가 다리가 아프다는데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어서
업고서 그 거리를 막 뛰었다.

둘 다 패딩입고서 가방 두 개 들고서
애는 업고서 뛰니까 내 꼴이 말이 아니넴.
겨우겨우 시간 안에 도착해서
검사를 진짜 겨우 받았다...







서론이 길었군.

여튼 내가 간 병원이 유독 그런건지 몰라도
나름 검사 받는 동선이 짜져 있었고
격리? 검사 느낌처럼
비닐 차단막도 칸칸이 돼 있었다.
진료실에서 간단히 검사 받으러 온 경위 설명하고
바로 검사 공간으로 이동.
비닐에 손바닥만한 구멍이 적절히 뚫려서
방호복 수준으로 챙겨입은 의사님 팔이 들어오고
그 안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근데...
아니 근데 진짜.....


신속항원검사 해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은데
이게 원래 이렇게 아픈가요???????

난 진짜 PCR보다 50배 정도는 아팠고
거의 콧구멍 안쪽 뚫릴 기세로 면봉이 들어가서
5초 가량은 이리저리 돌리며 후벼파심...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

문제는 나 하고나서 애기도 해야하는데
자기는 검사 안 받는 걸로 알고 있던 애를
내가 꽉 잡고서 받게 해야 하고
또 얼마나 아픈지 아니까 속이.. 휴.....

아니나다를까 면봉 쑥 들어간 시점부터
으아아아앙 대차게 울음 터지고
그걸 또 5초동안 잔인하게 꽉 잡고 있는 나.
그래도 이렇게 하지 않아서 움직이면 더 아플 거고
그걸 알아서 눈 딱 감고 힘껏 잡고 있었다.

끝나고 나니 서럽게 눈물 뚝뚝 떨구면서
'다시는 안 하꺼에요! 이제 안 하꺼야!'
하는 현이에게
'응 그래, 한 번 해서 끝났어. 이제 안 할거야.'
라고 이야기 해주셨지만
선생님 나가자마자 현이가 나한테
'엄마, 우리 탈출하까? 요기서 나가서 도망치자.'
그러면서 사정사정 하는 걸 보니
진짜 아프긴 아팠구나 싶었다.



격리돼서 한 15분? 지나니
다시 진료실로 불려가서
둘 다 음성 판정난 키트를 보게 됐고
혹시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처방이 필요한지,
간단한 설명 뭐 그런 걸 이야기 듣고는 끝났다.
진료비가 5천원이라고 들었는데
아기랑 같이 8500원 결제했다.
음성 확인서도 이야기하면 따로 받을 수 있다.


주말에 만난 언니는 결국 아기랑 같이
PCR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 경로로 추정되는 사람을 만난지
4일차부터 열이 나고 증상이 시작됐다는데
우리는 오늘로 6일차가 되었으나
열이 나거나 호흡기 증상은 전무한 수준.
그래도 혹시 몰라 직장도 어린이집도 안 가고
아기와 둘이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워킹맘 살려...)

내일쯤 자가진단키트 한 번 해보고
음성이 나오면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참 요즘 뭐가 진짜 많이 바뀌어서
내가 밀접접촉자가 되는구나 생각했는데
이제는 동거 가족만 그렇게 분류 되더라?


신속항원이나 자가진단에서 음성이 뜨면
의사 소견이 있을 정도의 증상이 있지 않는 이상
보건소 PCR 받기도 어렵다.
물론 돈 내고 PCR 검사 해주는 병원 가는게
제일 속 시원한 방법이긴 하다.

우리는 일단 증상이 없고
신속항원이 음성이고
재택근무와 가정보육을 병행할 수 있기에
(물론 며칠 간 나의 뼈를 갈고 있음)
상황을 지켜볼 여건이 된다고 판단했다.




뭔가 개인의 판단과 양심에 맡겨진 방역 느낌.
이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겉잡을 수 없어졌으니,
그리고 그건 누구 하나의 잘못만은 아니니까 뭐.



아무쪼록 이대로 쭈우우우욱 음성이길..
이대로 가면 내 한 몸 안 걸리고 끝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하고 싶은 맘.
일단 나는 그렇다 쳐도
현이만큼은 안 걸리고 넘어가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는 그 너무너무 아픈 신속항원검사..
(오늘 코세척 하다가 검사 받은 데가 아파서
진짜 고통으로 몸부림 쳤다니까요!)
하러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제에에에에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