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 가족에게 핫이슈가 많았다.
남편이 사업체를 그만두니 마니
이러쿵저러쿵 하는 이야기도 나왔었고
갑자기 전세 대출이 안된대서
억 단위의 돈을 해결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이건 아직 모두 해결되지 않았.. 흐린 눈 시전중.)
그리고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발.. 이제.. 꺼졌으면... 좋은 말 할 때.. 응?
설 연휴라고 남편네 집, 우리집 내려갈
계획도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다 캔슬했다.
이거는 뭐 가정사도 있고,
아무래도 코로나가 창궐하니까요.
취소된지도 모르고 연휴 전날 어린이집에서
나는 내일 포항에 간다고 자랑했다는 우리 애.
어떡하지 현아, 우리 코로나 때문에 포항 못 가.
선생님이 찝찝해 하실까봐
하원 때 내가 안 간다고 막 손사래를 쳤다는.
연휴 첫날, 현이를 영어 센터에 들여보내고
아무도 없는 까페에 혼자 앉아있는데
앞으로 며칠동안 세 가족이 집안에서만
복작댈 걸 생각하니 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아주 단란하고 행복한 하루하루..가...
..... 되겠지만....
셋 중에 둘이서 싸우기라도 하면...
와우.... ㅎㅎ
... 여보 우리 ...일단 어디든 가자...
가자..! 예약한다?
남편에게는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고
만일을 대비해 봐 놓았던 숙박업체 리스트들 중
유일하게 빈방이 있는 곳을 예약했다.
우리집에서 가족 여행 가기에는
영종도나 가평이 꽤 만만한데,
연휴 도중에 예약을 하려니
호텔이고 펜션이고 뭐고 정말 빈 방이 없더라.
그나마 운좋게, 하나 남은 방을 예약한 슈가스파글램핑.
http://sugarglampic.kr/html/index.php
흠, 우리 가족으로 말할 것 같으면
현이가 크면서 캠핑하자고 하면
어쩌나 걱정될 정도로
캠핑이나 글램핑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고,
애초에 부부가 쌍으로 자는 것 씻는 것에
예민한 족속이란 것을 밝혀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예약한 건
1. 커다란 2인용 스파가 있고
2. 침실과 욕실이 신축으로 잘 마련되어 있고
3. 글램핑에 필요한 여러가지 집기?들이 모두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불멍을 할 수 있다는 것.
사실 나는 여기에 꽂혔다.
지금 생각하니 이 추위에...
미안하다 남편. 무식이 용감했지...?
아무튼 대책없는 세 가족이 숙소에 입성.
도착하자마자 신난 우리 애.
오? 생각보다 너무 좋은데?
슈가스파글램핑은 거실/침실/욕실의 개념이 있는데
거실은 글램핑이라는 이름답게 튼튼한 텐트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바닥에는 보일러가 뜨끈하게 들어오고
벽걸이 에어컨에 온풍 기능이 있어
생각보다 따숩게 지낼 수 있었다.
뭐랄까, 글램핑보단 펜션의 개념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고나 할까.
싱크대에는 웬만큼 필요한 집기들이 구비돼 있고
전기포트, 밥솥, 냉장고 등.. 없는 게 없고.
아무튼 정말 먹을 것만 챙겨가면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는 듯.
우리는 바베큐는 패스하고 보쌈을 미리 사갔는데
바깥에서 바베큐 하는 사람이 얼어죽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바베큐.. 나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왠지 고기 들고 왔다갔다 하면서
한 사람은 애 먹이고 한 사람은 고기 구워 바치는 그런 그림을 원치 않았다.
신나서 빙글빙글 상 주변을 돌아다니며
한입씩 받아먹다보니 꽤 많은 양을 먹었던 우리 애.
참, 입실하면서 사장님께 미리 말씀드리면
시간에 맞춰 불멍 준비를 해주신다.
사장님이 "불멍 준비됐습니다." 하고서도
불이 제대로 피어오를 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니 참고.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이 불멍을 하는 건 아난티 이후로 처음인데
아난티는.... 직원분이 불도 피워주시고
거기서 별자리 이야기도 해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시고..
그래서 이렇게 불 관리하기가 힘든 건줄 몰랐다.
남편이 들락날락 계속 불이 제대로 나는지 확인하고
그 사이에 나는 스파에 물 받기.
처음엔 물이 뜨겁지 않아 당황했는데
사장님께 전화드리니 바로 해결해 주셨다.
스파는 불멍 하고서 들어가자 애기야.
근데 나는 불멍이라는 게
불 보면서 멍 때리기의 줄임말이라는 게...
그냥 내 뇌피셜인줄 알았다...?
뭔가 실제로는 다른 의미가 있겠거니 하고 찾아봤더니
진짜인 것 같더군요.... (아직 의심중)
기뻐해야 하나?
아직 감이 살아있는 걸 보니 나도 늙은이축은 아닌 듯.
현이는 아빠가 불장난을 하고 있단 게 너무 신기한지
계속 장작을 넣어보라고 시켜댔다.
아빠는 로봇처럼 열심히 장작을 넣고
불이 한번씩 커질 때마다 우리끼리 신나했다.
난 뭔가 불멍하면서 가족끼리 앞으로의 삶의 의논하거나
건강과 행복과 안녕을 진지하게 기원하는...
그런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상상했는데
다섯살 짜리 애기가 있는 집은
함부로 그런 상상 하지 않기로 해요......
현이가 계속 호기심 반짝이며 돌아다니고 싶어해서
혹시라도 불 있는 쪽으로 넘어질까봐
남편과 나는 그거 신경쓰느라 바빴다.
너무너무 추운 날씨였지만
그래도 사진도 찍고 옥상 구경도 했다.
장작은 꽤 남았지만 감기 걸리면 위험한 시즌이니 일찍 방으로.
그럼 이제 스파하러 들어가볼까?
스파는 생각보다 넓어서 셋이서도 들어갈 수가 있더라.
거품도 나고 불빛도 반짝거리니 우리 애는 짹짹대고 난리났다.
옥토넛이랑 금붕어 장난감 잡으러 다니느라
몇번쯤 물에 퐁당 담궈지기도 했다.
그래도 막 좋아서 까르르 웃는다.
귀여운 쪼꼬몽꼬가 신나게 노는 걸 보는 우리도 신났지.
그렇게 물이 조금씩 식어갈 쯤 되어서야 씻고 나온 우리.
남편이 사온 와인도 까고 소세지도 먹고 숙면의 세계로.
침실 바닥이 엄청 따듯하고 좋은데
어쩔 수 없이 외풍은 있는 편이다.
아기가 있어서 그런지 감기 들진 않을까 좀 신경쓰이긴 했다.
재방문 의사는 충분한데 외풍 때문에
다음번엔 좀 춥지 않은 날씨에 가려고 한다.
느지막히 일어나 컵라면 먹는 아침.
밤사이 머리칼에 까치가 집 짓고 간 우리집 두 남자.
현이가 스파를 한번 더 하고 싶다고 난리였지만
인간적으로 너에게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좀 일찍 일어났어야 하지 않을까?
11시 퇴실에 9시 반에 일어나놓고 꿈꿀 일은 아닌 것 같은디.
돌아오는 길에는 가평 어딘가에서 한우 구워먹고
눈썰매장에서 신나게 눈썰매를 타고 돌아왔다고 한다.
급하게 떠난 여행이라 더 기대하지 못한 재미가 있었던?
그런 여행.
우리 가족 여행은 늘 이런 식이긴 하다.
전날이나 전전날 갑자기 결정해서 갑자기 숙소잡고 계획 세우고.
그래서 숙소를 미리 좋은 가격에 잡지 못하는 건.. 안 비밀...
슈가스파글램핑은 아이가 있거나,
캠핑이 하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께 추천해주고 싶은 좋은 숙소였다.
다음에는 좀 따수운 봄날에 또 스파하러 가야겠다.
그때는 바베큐도 해야지.
2층 옥상에서 커피 마시며 일광욕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22년 설 연휴 여행기 끝!